현주 

무엇인가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무엇인가는 스스로에게 착하고 중요한 존재입니다. 우리는 성과 이름을 분리하기 좋아하니 무엇인가를 무라고 불렀습니다. 무는 그 하나로서 존재 가능합니다. 하나일 때 가장 행복하며 스스로가 될 수 있었습니다. 무는 자신이 축이 되어 세상을 돌리고 있습니다. 가끔 무는 그의 소리와 쓰임 덕분에 없음과 헷갈려 혼동되곤 합니다. 그래서 다들 무엇인가를 사이와 함께 두고 싶어 합니다. 그만큼 다들에게도 중요한가 보지요. 그렇게 되면 덩어리져 개구리 알처럼 뭔가 돋보이고 다른 무엇인가와도 구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허나 가끔 존재는, 거리가 있어야만 스스로가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존재와 존재 그 사이에 무엇이 있기에 그리도 중요한 자신을 믿지 못하고 그사이를 통해 무(엇인가)를 증명하려고 하는 것인지 사실, 무(엇인가)조차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사이

우리는 전쟁 중입니다. 나는 항상 다락방에서 창문 밖을 주시하며 낯선 이가 오는 것을 감시했습니다. 누군가가 저 멀리서 다가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누구예요? 라고 집주인에게 조심스레 물어보니 돌아온 대답은 얼굴 가득 질문과 이해가 가득한 표정이었습니다. 가끔 고양이가 스치는 소리라도 나면 나는 깜짝 놀라 누구냐! 뭐야! 라고 놀라 소리쳤습니다. 또 어느 날은 밖의 달을 보며 프랑스어로는 달을 뭐라고 칭하는지 알고 싶어서 물어보았습니다. 무엇이야? was its das? 저건 누구야? 라고 부드럽게 소리쳤습니다. 주인은 무심한 철학자처럼 살며시 웃으며 말합니다. 오- 무엇이냐.

우리는 식사를 막 마쳤습니다. 우리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독일 청년과 함께 다락방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그는 한번 창문을 가리키며 무엇이라고 말했습니다. 응? 또다시 가리키며 무엇인가를 뱉어냈습니다. 아-! 우리에게 채광창이라는 단어를 알려주었습니다. 우린 여태 그 창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몰랐는데 이제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속삭이듯 알려주어 비밀인 줄 알고 눈을 크게 뜨고 입을 오므렸습니다. 그래서 아무에게도 저 무엇을 채광창이라고 부른다고 알리지 않았지요. 그 다음엔 큰 소리로 채광창! 채광창! 이라고 외쳐 화들짝 놀랐어요. 그가 굳이 화내지 않아도 이제 우리는 알아듣습니다. 듣기도 좋고, 보기도 좋은 vasistas 라는 단어는 전쟁이 끝나도 그렇게 부를 것이고 얼른 회사에 복귀하여 친구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습니다. 오- 채광창.

모두는 진공에 머무릅니다. 공산주의 포스터처럼 모두에게 제시하는 동일한 방향이 존재하지만 그사이에 어떤 것이 존재하든지 간에 나에게 중요한 건 3m 앞의 과일 트럭이고 당신에게 중요한건 3cm 앞의 연필깎이이고 그 사람에게 중요한 건 3000km 떨어진 동시베리아의 산불일 수 있습니다. 30000km를 생각했을 때는 더 이상 상상하기 힘들어 그저 궁수자리의 마그네타가 우리가 이렇게 한 방향을 가리키는 한 시간 동안 3만km를 돈다는 정도까지가.

 

엇인가 덩어리

무와 사이를 함께 두었을 때 사람들은 이들 서로 모종의 관계가 성립되어 더 큰 덩어리가 지어질 것이라고 상상합니다. 그것은 덩어리 하나, 공간 하나가 옆에 같이 놓아진 것이지 그들이 합쳐지거나 의미가 같아져 버리는 것은 아닙니다. 각자 단수의 의미로서 모여진 것이지 복수로서 하나의 존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단수조차도 무의미해집니다. 사실은 눈으로 보고 분간을 하는 것조차도 의미가 없습니다. 이 와중에 엇인가는 쓰임조차 없고 무들만 잘난 체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엇인가 의 뭉치들로 이루어져 버렸습니다. 괄호 안의 아무개들이 모여 뭉쳐지고 덩어리가 되었습니다.

 

상진 

걸어간다

사랑은 상상 속의 오래된(얼마나 오래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거대한 동물이다. 또한 그는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궤변의 괴물이며 근본없는 색인 속에서나 찾을 수 있는 그런 생물이다. 나는 이 호로자식이 (사실 그는 바다 건너에서 입양 되었기 때문이다) 강제한 어떤 황홀감을 기억하며 그보다 훨씬 오래전 언제인가 온 몸에서 뭉클뭉클하게 느껴지던 어떤 것들을 그의 입 안으로 쉬이 털어넣어 버린 것 또한 기억한다.

 

아니. 기억해보니 어린 날의 나는 생각보다 제법 저항했던 것이다. 그것은 생각보다 흐느적거리며 쉽게 열기에 휩싸이다 곧 분노에 가득차 발기해버릴 수도 있는, 본디 이름을 가질 수 없는 그러한 벌거벗은 것들이었다. 곧 누군가가 (아마도 사랑노래들을 통해 )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려주었을 때 나는 일단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 창고에 황급히 넣어 놓고는 곧 지도를 잃어 버렸다. 그러니까 오직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창고문을 잠그며 느꼈던 짧은 비극적 안타까움, 그런 찰나의 기억 정도 뿐인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는 내가 성장했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그리고 어른이 되면 빼앗길 것이 많지 않다.

 

사실 예전부터 그 동물은 기호의 생태계 속에서 이누크 족의 어떤 것을 잡아먹고 지금은 없어진 수많은 미개인들의 언어 속에서 또 어떤 것을 잡아먹고 더 오래전에는 강간과 살인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고대인들의 어떤 것을 잡아 먹었다. 나는 이 영생의 동물을 소멸시킬 방법을 찾고 있다. 아니 영생이란 존재 하지 않는다. 태어남이 있었으므로 언젠가 죽음도 있을 것이다. 적어도 변증법은 그렇게 말했다. 단지 우리는 이 메두사가 언제 태어났는지 기억하지 못하므로 돌덩이처럼 굳어서 그녀를 바라본다. 괴물의 목을 베기 위한 청동거울에는 아무 것도 비치지 않으므로 영웅들의 칼사위도 허공을 가를 것이다. 그러므로 페르세우스의 이야기는 허황된 거짓말이다. 이야기 되어진 것은 영원한 침묵으로만 소멸시킬 수 있다. 적어도 변증법은 그렇게 말했다

 

괴물은 오늘도 광장에서 셰익스피어의 수트를 입고 어둠 속에서 사드의 막대기를 휘두른다. 그의 망토에서 종종 삐져나오는 것들은 증오와 질투와 폭력이라고 불리우며 사람들은 망토의 끝자락에서 그것들을 가위질하는데에 여념이 없다. 게다가 우리는 솜씨좋은 재단사처럼 그의 어깨부터 발끝까지 치수를 재어 화성[1]으로가는 우주복을 만들었는데 그는 핵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그 옷을 입고 이 곳을 떠날 것이다. 그러니 이제 침묵으로 그를 멸종시킬수 있을 거란 이야기도 희미한 서사시가 되었다.

 

그러니까 사실 이 실존하는 거대한 동물은 기호계의 약삭빠른 사업가로서 모두가 그런 것들을 넣어둔 창고들을(지도없는) 전당품으로 받는 가혹한 전당포의 노파와 같다. 모두가 잃어버린 것들을 담보하는 자는 아무도 모르게 군림하는 자(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므로)이며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샤먼이다. 그러므로 내가 잃어버린 지도를 복기하는 것은 결국 불가능한 일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래, 영웅들의 영정을 뒤로하고 아련한 억울함과 무모함의 혼돈 속에서 도끼를 든 라스꼴리니꼬프, 어리석은 자가 앞으로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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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알렉산드르 보그다노프의 소설 ‘붉은별’ 에서 존재하는 화성의 초현대과학적 유토피아

2.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죄와 벌’ 의 주인공

 

현주 

상진 

 

녹취록 

[ 속기: 안지혜/이음속기사무소 ]

○ 김상진 :이 그림은 되게 뭐랄까? 성차별적인 그림인 것 같아.

○ 백현주 :왜?

○ 김상진 :특히 힘든 여자 위에 콧수염을 기른 남자가 앉아 있잖아. 그러니까 어떤 domination에서나,

○ 백현주 :아... 그렇지. 이건 사실 그 실제 있었던 일이야. 실제 있었던 사진을 그린 그림이야. 그래서 식민지, 영국 사람이 식민지 지역에 갔을 때마다 여자들은 항상 노동계층으로 취급이 됐으니까 그 사람들이 이동수단으로 이용됐었던 사진.

○ 김상진 :그러면은 저게 영국 여자는 아닌 거네?

○ 백현주 :영국 여자는 아니고, 이게 자세히 보면 이 사람 복장이나 윤곽이나 유럽인이 아닌 거지, 타있는 사람은 유럽인이고. 그래서 식민지 때 사람이야. 그래서 뭔가에, 원래 노동계층에 자기가 실려가지고 이동하는 작업인데 약간 이거는 ***랑 비슷한 내용인 거 같아가지고, 그래서 갖다 놓긴 했는데 사실 솔직히 나는 우리 그림 파트가 마음에 안 들어.

○ 김상진 :아, 그래?

○ 백현주 :이게 어떻게 보면 이것도 하나의 작업을 보여주는 느낌이라서, 오빠 것이.

○ 김상진 :나는.

○ 백현주 :그렇잖아. 그 영상작업의 그림인 거잖아.

○ 김상진 :드로잉은 원래 진짜 안 하거든. 그러니까 해야 되는데 특히 게을러서 안 하다가 타블렛을 오랜만에 연결을 했어. 그래가지고 그냥 끄적끄적 하다보니까 저게 나왔는데, 그러니까 사실 저걸 그릴 때까지만 해도 그냥 손가는 대로 그리고 있었어. 그러다가 보니까 카메라가 잘 안 그려지는 거야. 오랜만에 하는데 타블렛으로 하니까 선이 계속 여러 번 그어야 되는 거지. 이게 그림이 조그마해서 잘 안 보이는데 보면 약간 이게 뭐, 가까이서 보니까 어? 카메라가 이렇게 선이 딱딱딱 안 나오고 흔들린 것처럼 나온 거야. 근데 그 순간에 갑자기 생각이 나는 거야. 그래서 그 뒤에 폭탄 터지는 것 같은 거를 그리고. 근데 그게 뭐가 웃긴 거냐면 음... 우리가 영상을 봐서 막 폭탄이 터지고 막 뭘 하고 외국영화를 보면 난리잖아. 그러니까 거기서 막 카메라도 흔들리고 핸드헬드말야, 막 흔들리든 막 이러고 가는데, 자막은 안 흔들려.

○ 백현주 :아~ 응.

○ 김상진 :그러니까 뭐나면 이거야. ‘어? 엄마가 죽었어.’ 너무너무 슬퍼.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아. 그런데 그거는 ‘엄마가 죽었어.’야. 그러니까 이 안에서 우리가 항상 얘기하는 그 이원론적이란 것들을 그거는 어떤 육체와 정신간의 관계 안에서의 어떤 그런 이분법적인 육체와 물리적인 것과 영혼의 관계에 대해서 얘기를 했는데 내가 봤을 때는 이 영혼과 이분법과의 관계가 아니라 인간과, 그러니까 인간이 정신과 육체 온전히 함께하는 하나의 존재라고 했을 때 그러면 다른 이분법 관계가 있다는 거야, 흔들리지 않는 체계.

○ 백현주 :나는 이 그림을 봤을 때 뭐였냐면 이분법이라는 얘기를 했을 때 그전에 이 그림을 보자마자 생각했던 거는 나는 이전에 오빠 영상을 봤잖아. 근데 카메라를 보고 있는 시선 자체가 또 다른 거고 또 이 워밍이 일어나는 걸 보고 있는 사람들을 찍고 있는 위치인 거잖아. 그래서 나는 여기에 다른 어떤 개체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고 그걸 보고 있는 사람들을 찍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오빠가 다시 송출하는 거야.

○ 김상진 :응, 응.

○ 백현주 :그래서 만약에 카메라가 나를 보고 있거나 아니면 내가 카메라 위치에서 워밍을 보고 있으면 좀 다른 얘기일 수도 있는데, 이 드로잉 자체가 누군가가 bombing 보고 있는 거를 찍었기 때문에 사실 이 그림 자체로써는 비디오와 또 다른 얘기를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었거든.

○ 김상진 :그거는 약간 CCTV 같은 거야. 예를 들면 전쟁 중에 어떤 정찰형 카메라라든가 방범용 카메라들이 있을 거 아니야. 그런데,

○ 백현주 :왜냐면 영상도 좀 CCTV 같은 그런 느낌이 들잖아.

○ 김상진 :어, 그렇지. CCTV야, 영상도 CCTV고.

○ 백현주 :설치도 그렇고.

○ 김상진 :근데 물론 사람이 찍은 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저건 뭐나면, 그 느낌이 뭐나면 사람들이 믿는 영상의 객관성이 있잖아. 블랙박스를 증거로 쓰는 그 객관성이라는 것 자체 있잖아.

○ 백현주 :그렇지. 맞아.

○ 김상진 :그러니까 그 안에서 특히 예를 들면 블랙박스도 막 점점 옛날에는 진짜 화질 안 좋았는데 이제는 FULL HD에 좀 있으면 4k 블랙박스. 왜 자동차에 4k 블랙박스 달아야 되냐고. 고프로를 달지. 그런데 아무튼 그런 것들이 계속되면서 사람들은 왜 계속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나와야 되고 왜 계속 화질이 계속 좋아야 되고 왜 해야 되고, 그거에 대해서 그 안에서 사람들이 그것에 대한 맹목적인 신빙성을 가지고 있는 거야. 근데 막상 그거는 폭탄이 터지거나 지진이 나거나 아니면 우주선이 폭발할 때 옆에 있으면 걔네들은 흔들려. 사람 눈이 흔들리는 것처럼 같이 흔들려. 그게 걔네가 어떤 limitation 보여준 거야, 한계성. 근데 글씨라는 것은 기호라는 것은 언어라는 것은 카메라가 흔들린다. 얘는 흔들리지 않아.

○ 백현주 :그렇지.

○ 김상진 :어.

○ 백현주 :근데 그거 자체가 어떻게 보면 그 흔들리고 있는 상황, 흔들리는 걸 보는 사람, 그리고 흔들렸던 영상 그거를 다시 송출해서 보여주는 갤러리 안에서의 관객한테는 절대 흔들리지 않는 상황과 그 흔들리지 않는 상황을 겪고 있는 관객한테 느껴지는 거인 거잖아. 나는 그렇게 항상 읽었었거든, 그 작업을 처음에 봤을 때도. 그러니까 나는 그렇게 technological 한 거에서는 다가가지 못 했었던 게 왜냐하면 자막이 흔들리지 않아. 그리고 사람이 흔들리지 않아. 그걸 보고 있는 사람이야.

○ 김상진 :어, 어.

○ 백현주 :그 위치성의 관계만 나는 생각을 했었거든. 그게 맞는 건가?

○ 김상진 :아니, 그것도 그 지점에서 봤을 때 나는 충분히 유효하고 재미있는 얘기라고 생각을 해. 근데 어쨌든 내가 재미있다라고 생각했던 거는 나한테 세상이 무너져도 그거는 세상이 무너졌다라는 어떤 하나의, 그러니까 이건 뭐냐면.

○ 백현주 :무슨 말인지 알겠어.

○ 김상진 :영상이라는 것이 우리가 지금 어떤 현실을 대체하기 위한 현실 이상의 신뢰성을 가지기 위한 어떠한 이 세상 모든 것을 기록하기 위한 그런 것들로써 이제 어떤, 계속 발달하고 작동하고 사람들이 믿는 거지. 믿는 건 종교야. 믿는 건 종교인데 문제는 그 저변에 항상 깔려있는 거는 걔네들은 실질적으로 저만큼의 한계성을 갖고 있다는 거야. 폭탄이 터지면 흔들려, 카메라는. 근데 자막은 흔들리지 않아. 그래서 언어는 형이상학인거야. 언어라는 것 자체가. 근데 우리는 모든 걸 형이상학으로 번역해. 모든 걸 형이상학으로 번역하고 형이상학으로 소통하고 형이상학으로 이해를 해. 이 두 가지 이중 레이어 시스템. 그러니까 지금까지 얘기했던 이원론적인 그 시스템이 아니라 내가 얘기하는 거는 기호의 세계와 그 기호의 세계를, 그러니까 우리가 사는 세계가 실제로 어떠한 기호의 세계, 형이상학의 세계로 이 두 가지가 어떻게 평행되고 어떻게 병행되어서 진행되어지는지. 그러한 관계들은 수많은 철학자들이 얘기를 했겠지. 근데 내가 재미있는 거는 폭탄이 터져서 카메라가 흔들려도 자막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거야.

○ 백현주 :그게 어떻게 보면 내 작업이랑 연결될 수 있을 것 같은 게. 고독사 촬영한 장면에서 그 영상들을 봤을 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가 얘기를 하는 거도 고독사에 대한 중점적인 얘기가 아니라 고독사를 당하고 난 후에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물건을 자기들이 이용하느냐에 대한 얘기가 더 큰 거거든. 그래서 영상을 보면 옆에 있는 사람들이 자꾸 와가지고 쌀을 집어간다든지 아니면 세제를 가지고 간다든지. 약간 나는 편집하면서 느꼈었던 것들이 하이에나 같다는 느낌 되게 많이 드는 거야. 사람이 죽었어. 더 이상 슬퍼하거나 그런 게 아니라, 왜냐하면 이 사람들은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고 첫째는 청소하는 사람들은 이 사람이랑 아예 일을 하러온 사람들이고 주변에 같이 살았던 사람들은 이 사람이랑 관련이 없었던 사람이야. 그러니까 남는 건 이 사람이 뭘 남겼느냐는 거야. 그래서 이 사람의 죽음의 중심에 있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이 어떤 죽음이든 뭐든 통해서 뭘 남겼느냐 그러고 나서 이게 내 어떤 가치가 될 수 있느냐. 변질이 되는 거인 거야, 내가 봤을 때는. 그래서 예를 들어서 카메라가 bombing이 있었는데 그걸 찍고 있었지만 이 현실 자체에서 영상에서는 bombing이 돼서 카메라가 넘어지고 상황이 있었지만 자막은 그대로인 거잖아. 그리고 사람이 죽었어. 사람이, 어떤 한 사람이 죽는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일인데 그 죽고 난 후에 자막이 그대로 있다는 것 자체가 사람들이 이 자막을 통해서 계속 뭔가를 ‘이게 내거지, 저게 내거지.’ 물질적인 걸로 다시 순환하는 과정이 난 너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었거든. 그래서 이 영상 자체에서 자막이 그냥 가만히 있다는 것 자체도 이게 bombing이 있었다는 게 대부분 오빠가 촬영했었던 거는 로켓 과정인거잖아.

○ 김상진 :그게 이제 과학 위성 로켓인데.

○ 백현주 :이게 실질적으로 무슨.

○ 김상진 :실패해서 거기서 폭발을 한 거야.

○ 백현주 :그렇지. 그러니까 이게 실질적으로 사람들한테 투하가 되었거나 그러는 과정에서의 bombing이 아니잖아. bombing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게 단어적인 의미가.

○ 김상진 :응. 그 자료도 있었어, 있었는데. 이게 더 재미있다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건데. 왜냐하면 우주 과학 로켓이라는 것은 그 어떤, 그러한 수학적. 그러니까 수학 숫자라는 건 굉장히 형이상학적인 거야. 그게,

○ 백현주 :숫자는 약속인 거 아니야?

○ 김상진 :그러니까 상상의 세계인 거야. 1이 있고 2가 있고 3이 있다라고 사람들이 상상을 한 거야.

○ 백현주 :나는 항상 생각했던 게 수학은 약속이고 과학은 상상이라고 생각했거든. 상상은 우리가 계속 지어져서 만들 수 있는 이야기 같은 거고 수학은 ‘1더하기 1은 2다’라는 우리의 약속인거야.

○ 김상진 :약속이 아니야.

○ 백현주 :그러면?

○ 김상진 :음... 그러니까 약속으로써의 측면이 있겠지. 모든 기호체계가 가지듯이. 근데 뭐나면.

○ 백현주 :구조 자체가 다르잖아.

○ 김상진 :예를 들면 “자, 지금부터 이건 지금부터 총각김치야.”

○ 백현주 :약속이잖아.

○ 김상진 :그건 약속이지. 근데 수학이라는 거는 그 안에서 어떤 절대성을 가져. 그러니까 하나의 이 세계 체계가 얘는 유동적이야. 근데 얘를 총각김치라고 하다가 알타리라고 했다가 뭐라고 했다가 하는 게 가능해.

○ 백현주 :그러면 과학적이나 수학이라고 배제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이 있으니까 과학이라고 생각해서 알타리라고 했다 무라고 했다, 그러는 거 아니야?

○ 김상진 :아니, 그런 거보다 우리가 쓰는 일반적인 언어. 그러니까 파롤이라고 하는 영역은 늘 변화하고 늘 유동성이 그 안에 가미되어있고 그 안이 가지는 신화성이라는 게 분명히 존재를 해. 그런 거를 뭐 벤야민이나 아감벤 같은 사람들이 얘기를 했었어, 했는데. 수학이라는 언어는 뭐냐면 굉장히 절대적 좌표야. 수학이라는 언어는 굉장히 절대적인 좌표야. 그러니까 이 체계를 바꿀 수 없어. 왜냐하면 우리가 지금 쓰는 수학의 근간은 기본적으로 피타고라스가 썼던 거랑 다를 게 없어.

○ 백현주 :응.

○ 김상진 :하지만 우리가 가지는 언어와 종교와 세계관과 여러 가지 그 다른 언어영역들은 엄청나게 변해왔어. 단지 한 가지 달라지지 않은 거는 문학의 영역과. 근데 문학의 영역도 사실 그 당시에도 호메로스나 이런 사람들에게서 서사시 그 이전에 샤머니즘. 샤먼들이 뱉어내던 이야기들. 이런 것들이 어떠한 과정 아래에서 굉장히 유동성을 가지고 변해왔는데 수학적 좌표라는 거는 감성적 변동 범위를 줄여버리는 거야. 그걸로 한 언어와 기호체계가 가질 수 있는 유동성의 범위가 줄어들어.

○ 백현주 :근데 그렇게, 약간 연결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오빠가 그렇게 얘기를 했을 때에 그 유동성의 이야기들이 오빠의 제기라는 작업이랑 어떻게 연관이 될 수 있을까?

○ 김상진 :제기?

○ 백현주 :잭. 잭. 제기라니. 잭.

○ 김상진 :아, 아. 그렇지.

○ 백현주 :나는 얘기를 하면서 계속 작업이랑 계속 연관을 시키고 싶어.

○ 김상진 :응, 응. 근데 나는,

○ 백현주 :딱 떠올랐던 게 그 잭이라는 작업이었거든.

○ 김상진 :그러니까 내가 그 저울들을 막 쌓아놓고 맨 위의 저울에 그냥 잭이라는 이름 새기는 거잖아. 사실 그 저울 위에는 어떠한 무게도 달아져있지 않아. 단지 그 잭이라는 기호만 있을 뿐이야.

○ 백현주 :응.

○ 김상진 :근데 그 기호가, 그러니까 조금 생활적인 범위에서 얘기를 하면 누가 뭘 했는데 그게 이 사람들이 얘기를 하고 그다음에 이 옆의 마을 사람들이 얘기를 하고 더 큰 마을 사람들이 얘기를 하고 그러다가 이게 ‘구’ 전체에 퍼지고 ‘시’ 전체에 퍼지고 온 전국 사람들이 얘기를 하게 되고. 그런데 이런 과정들이 뭐냐 하면 처음에는 무슨 사건이 터져. 미디어가 소개를 해. 그럼 이 미디어가 소개를 하면 다른 미디어가 소개를 하고 그다음에 이걸 보는 사람들이 계속 그거에 대한 가치 판단들을 늘려나가. 우리는 내가 항상 얘기하지만 우리 작업들은 굉장히 비슷한 지향성들을 갖고 가고 있어. 그런데 너의 얘기는 나한테 생각나게 하는 거는 엘리아데라는 종교학자가 했던 얘기야. 그러니까 왜 모든 것들이 전설화, 그러니까 사람들은 모든 팩트라고 하는, 사실이라고 하는 어떤 영역들을 전설화하고 싶어 하는 거야. 이것들이 계속 지나면서 사람들이 원하는 형태의 어떤 신화적 형태로 이것들이 계속 엮어지는 거야. 예를 들면 뭐, 이렇게 이렇게 해서 이렇게 있었는데 이 사람이 얼마나 나빴는지는 몰라. 근데 사람들이 원하는 건 전형적인 형태의 악당이거나, 뭐 이런 거 있지. 그러니까 금자 씨가 영자 씨로 변화하는 데까지 걸렸던 그 과정들이 니가 얘기하는 부분에서 나는 시간성이라는 부분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 백현주 :그럼요.

○ 김상진 :내거는 그 시간성이라는 부분이, 근데 이게 대개 웃긴 게.

○ 백현주 :***

○ 김상진 :옛날에 내가 아마도에서 그걸 영상, 내가 처음 한 걸. 그거 막 글씨 작업 했을 때도.

○ 백현주 :어, 어.

○ 김상진 :“시간성이 하나도 없잖아요.” 니가 나한테 그랬다고.

○ 백현주 :응. 내가 그랬어.

○ 김상진 :마찬가지로 나는 굉장히 이 자체가 압축적인 현상으로 보여지는 거에 집착하나봐. 난 잘 모르겠어, 그러니까.

○ 백현주 :어, 난 그렇게 느꼈어. 압축적인 시간에 대한 얘기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었어.

○ 김상진 :어. 그러니까 그게 어떤 보편성으로써 하나에 팍 벌어지는 현상으로써 보여주는 거를 좋아하고. 근데 너는 인내심이 있는 사람이야, 굉장히. 그러니까 이것들이 그 안에서 어떠한 시간성을 거쳐서 이게 여기까지 왔는지에 대해서 보여주는 관계. 그러니까 비슷한 얘기인 거는 확실히 맞아. 근데 굉장히 차이가 나는 부분은 그 안에서 시간이라는 축, 시간이라는 축이 굉장히 다른 느낌인 거지.

○ 백현주 :맞아. 아, 되게 신기하다. 시간의 축이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되게 신기한 것 같아.

○ 김상진 :그런데 나는 시스템을 그 안에다 굉장히 압축적으로 표현을 하는 거야. 그러니까 어떠한 내가 말한 이 상상적 존재인 형상, 언어. 물론 이것들이 어떤 한 시간들을 지나면서 대개 물질적인 질량을 가지게 돼버려. 그게 역사성이거든. 이런 것들을 가지게 되긴 하지만, 어쨌든 허구의 시스템, 허구적인 기호 하나 자체가 우리가 가지는 시스템이라는 것을 그것의 질량을 불리고 불리고 불리고 불려 나가는 시스템인거야. 그래서 저울 위에 저울 위에 저울 위에 우린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저울 위에 저울 놓고, 저울 위에 놓고, 저울 위에 저울 놓고 나중에 이 얘기는 끝도 없이 커지는.

○ 백현주 :그러면 아직, 이거는 안 들어가겠지만. 그 넘버링이 다 똑같아? 다 제로야?

○ 김상진 :뭐가?

○ 백현주 :저울 위의 시스템.

○ 김상진 :아니. 저울의 무게는 계속 가중 돼.

○ 백현주 :계속 가중 되는 데 맨 끝에도 똑같아? 모든 게 그냥 가중되게 끝나는 거야?

○ 김상진 :그러니까 맨 밑에가 제일 무거운 질량이 나타나겠지. 근데.

○ 백현주 :근데 잭이라는 게 쓰여지고 난 다음에 긁혀지는 거잖아, 행위가.

○ 김상진 :응.

○ 백현주 :그 무게는 카운팅이 안 되는 거야?

○ 김상진 :할 수 있겠지. 그러면 그거는 내가 굳이 표현을 하자고 그러면 사람이 죽을 때 3g이 줄어든다고 그랬나, 4g이 줄어든다고 그랬나. 영혼의 무게라고 해서 영화도 있었잖아. 그 정도의 무게일 거야.

○ 백현주 :그게 제목에 나가면 되게 좋을 것 같은 데. 그렇지 않아?

○ 김상진 :근데 그건 너무 영화 제목 따라한 것 같잖아.

○ 백현주 :그렇다기보다도 왜냐면 그건 너무 실질적으로 우리가 전시장에 왔을 때 이 사람이 저울의 무게, 저울의 무게를 잰 거는 알겠어. 하지만 위에 잭이라는 글자 굳이 놓지도 않고 빛을, 프로젝션을 놓은 거도 아니고 아예 없는 상태도 아니고 세계 언어여서 engraving한 상태란 말이야. engraving이라는 것 자체가 그걸 갉아낸 상태잖아.

○ 김상진 :응. 미세한 분량이 나오게 갉아 나가겠지.

○ 백현주 :그러니까. 그러니까 나는 그거에 대한 의문을 약간 가질 것 같아.

○ 김상진 :근데 그거는 과학적인 논리를 몰라서 그런데 니가. 저울 자체에 새겨진 것은, 저울은 그 무게를 카운트하지 않아. 간단히 말하면 처음에 저울을 켤 때 니가 올라가서 저울을 켜면 그거는 디지털적으로 0에서 시작해.

○ 백현주 :그렇지.

○ 김상진 :마찬가지로 engraving 된 거는.

○ 백현주 :그 저울 자체로 인식을 하기 때문에.

○ 김상진 :켤 때부터 0이야.

○ 백현주 :그렇지.

○ 김상진 :그러니까 뭐냐면 measuring 툴 자체에다가 해버린 거잖아. measuring 툴이 다른 어떠한 거를 하는 게 아니라 measuring 툴 자체에다가 해버렸기 때문에. 그런데 마찬가지로 거기다가 오히려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매직이나 펜으로 쓸 수도 있어. 근데 그거보다는 그거는 뭔가 adding이야, 더하는 거야. 나는 그 시스템 자체에 이것들이 얼마나 깊숙이 새겨져 있는지 보여주는 게 더 재미있을 것 같았어. 내가 생각했을 때는.

○ 백현주 :모든 사람들이 미술을 볼 때는 그 기대하는 가치들이 있잖아.

○ 김상진 :응.

○ 백현주 :그럴 때마다 이게 새겨졌으니까 뭔가 마이너스가 됐나? 뭔가 덧붙여졌으니까 매직으로 썼다고 한들 “아, 매직이 그램이 추가가 된 건가?” 약간 그런 상상을 하게 되니까.

○ 김상진 :그렇지. 그거는 맞아. 그래서 내가, 내 기준에서는. 왜냐하면 나는 조금 더 이런 거다. 과학적인 룰에 대해서 훨씬 나는 익숙한 사람이잖아. 그러니까 그거는 정말 더하는 게 되는 데 파는 거는, 스크래칭을 내는 거는 좀 더 이것이 시스템 자체에 새겨버리는 거기 때문에,

○ 백현주 :그래.

○ 김상진 :어쩌면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어, 그거는 바라보는 사람에 의해서. 근데 중요한 어쨌든 핵심은 저울이 쌓여나가는 거겠지. OK. 그 작업은 그거까지.

○ 백현주 :응.

○ 김상진 :근데 내가 너한테 물어보고 싶었던 거는 음... 이거야. 전부터 물어보고 싶었어. 이번에 이름 작업을 했잖아, 니가. 근데 너는 백현주지? 그래서 니가 백현주인 게 좋아?

○ 백현주 :아니, 나 지금은 좋아. 지금은 되게 좋아.

○ 김상진 :되게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고 그렇지?

○ 백현주 :응.

○ 김상진 :어떻게 할 거야? 그거를?

○ 백현주 :어쩔 수 없어. 나는 어쩔 수 없지.

○ 김상진 :근데 다들 어쩔 수 없잖아.

○ 백현주 : ‘현주’라는 이름은 항상 붙어지게 된 내 이름인데 바꾸려고도 해봤고 그랬는데 안 되기도 했고 특히나 외국 가면 누구도 나를 현주라고 부르지 않고 ‘헤븐’이라고 부르고. 그 과정에서 나는 이름이라는 게 이게 도대체가 사람을 이렇게 지정하는 것도 있긴 하지만 누군가한테 받아왔다는 게 너무 크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스스로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든 거야, 어렸을 때부터. 그래서 그런 작업 되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

○ 김상진 :그런데 그러면 스스로가 되면 어떻게 되는 거야?

○ 백현주 :스스로가 되면. 나는 그것도 되게 특이한 게 내가 얘기했잖아. 이런 이름을 내가 지어줬을 때 그 스스로, 이름 자체가 스스로가 되는 건가? 스스로가 되는 건가? 그게 또 아니란 말이야. 왜냐하면 이게 이름 자체로써의 누군가가 불려 졌을 때 내 스스로가 되느냐가 아닌 거인 거야.

○ 김상진 :응.

○ 백현주 :내 스스로가 나를 불러야지 내가 되는 거지.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었어. 그래서 그런 게 또 많이 차용이 됐었던.

○ 김상진 :그러니까 내가, 너 혹시 그 만화 봤어? ‘20세기소년’?

○ 백현주 :응, 봤어.

○ 김상진 :그 만화에, ‘20세기소년’을 그렸던 사람의 만화에서, 이 사람이 그린 ‘몬스터의 닥터 겐마’였나?

○ 백현주 :못 봤어.

○ 김상진 :나치도 나오고 뭐 이쪽 나오는 건데 유럽 배경으로 한. 그건 못 봤나? 20세기소년은 아니고. 근데 거기에 그런 게 있어. 나치에 아이들을 실험해서, 고아원 아이들을 실험해서 얼마나 우생학적인 관점에서 실험을 해가지고 어떤 애를 만들어낼 수 있나? 더 악마 같은 애, 더 위대한 애, 더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애를 만들어 낼 수 있나, 이런 실험을 했는데, 잔혹한 실험을 했는데, 거기서 이제 가장 최고의 왕이 된 애가 있었거든. 걔를 잡으러 주인공이 막 다니는 거야. 그런데, 아무튼 거기서 나오는, 계속 비유로 나오는 어떤 동화가 있어. 근데 이름 없는 괴물이 나와 거기서. 이 괴물은 막 가다가 사람들을 만나. 그러면은 그게 맞나? “넌 이름이 없구나.” 그랬는데 괴물은 배가 고팠어. 이 사람이 이름 붙여주기 전에 그 사람을 잡아먹었어. 또 가다 또 잡아먹어. 또 잡아먹어. 그런데 이 괴물은 이름이 갖고 싶어서 계속 돌아다니는 건데 ‘배가 고파서 계속 잡아먹나?’ 뭐, 이럴 거야. 그 괴물은 이름이 갖고 싶은 거였어. 근데 지금 이 두 가지의 상반된 상황이 뭐냐면 이름이라는 게 붙여졌기 때문에 너는 이름이라는 것에 대해 그 강제성. 이름이 강제함으로써 내가 잃어버린 그 이외, 이름 이외 가능성을 아쉬워하지만 이름이 없는 괴물은 이름이 없음을 아쉬워하고 이름을 갖기를 갈망을 해.

○ 백현주 :그렇지. 근데 나는 뭐였냐 하면 이름이 없는 그 괴물의 예를 들자면 그 사람은 이름이 없기 때문에 소속감이 들고 싶거나 아니면 그 스스로에 있어서 이름이 없음에 따른 자기 존재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해, 내가 만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근데 내가 작업에서 주고자 했었던 거는 뭐냐면 우선 이름이라는 거 자체가 굉장히 자신을 표현하는 건데 자신 이외의 사람이 붙여준 거야. 게다가 유럽에서의 이름 자체는 직업을 뜻하기도 했었고 이 사람의 어떤 생활배경 얘기하는 게 자기의 뒤에 붙는 거인 거야. 자기 가족이 그렇게 일을 해왔기 때문에, 예를 들어서. 자기 이름이 예를 들어서 상진이야. 상진, 상진. “상진, 유럽 사람이 갖기론 아시안 사람 같은 이름이구나.” 근데 상진 뭐, 스미스야. 그럼 “아, 상진인데 넌 스미스야?” 이렇게 되는 거인 거야. 나는 스스로가 상진이지만 대대손손 스미스였기 때문에 나는 스미스가 되는 거야.

○ 김상진 :응.

○ 백현주 :그런 얘기가 워낙에 많기도 하고 아니면 이 사람이 뭐, 호수 근처에 살았기 때문에 “내 이름은 상진 폰드야.” 이렇게 되면 나는 “아~ 너는 물이랑 가까운 사람이구나.”, “야, 이게 무슨 고기인지 알아?” 되게 피상적으로 사람들이 다가갈 수 있는 것들을 자기가 태생적으로 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는 것들이 이름인 거야. 자기가 바꿀 수 없는 것 그리고 자기가 태어난 것에 대한 이야기가 이름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아. 그래서,

○ 김상진 :그러면 다시 반대로 얘기해봐? 자꾸 만화 얘기해서 미안해. 내가 생각나는 게 자꾸 그런 얘기이라서. ‘베르세르크‘ 봤어?

○ 백현주 :엄마가 만화는 죄악이라고 했어.

○ 김상진 :거기서 어렸을 때마다. 어려웠을 때부터 그냥 버려져서 땅속에서 커서 괴물이 된 애가 있어. 이름도 없이 빛도 보지 못하고 막 살다가 이제 마귀, 마귀라고 해야 되나? 하여튼 그런 거에 세례를 받아서 하나의 사도가 된 캐릭터가 있다. 그러면 반대로 말해서, 이름이 없는 인간이 있으면 그러니까 이름이 있다라는 것이 하나의 죄악과 폭력이라고 전제를 한다면.

○ 백현주 :내가 봤을 때 이름이라기보다도 이름보다 성인 것 같아. 내가 봤을 때 죄악은 성인 것 같아. 그 사람한테 붙여지는. 어떻게, 뭐라고 불러? 야. 그럼 너를 부르고 싶은데.

○ 김상진 :응.

○ 백현주 :‘갈색 점퍼’ 이렇게 부르는 거지. 그럼 그 사람이 ‘갈색 점퍼’가 되는 거야. “야, 스미스.” “야, 대장장이”라고 불렀을 때 그 사람 스미스가 됐기 때문에 그 앞에 뭔가를, 대장장이가 너무 많으니까 이렇게 붙여진 거야. 그런데 이름이 불려지는 건 나는 잘못된 건 아니라고 생각해. 하지만 그게 자기의 배경을 바꿀 수 없게 하거나 아니면 자기가 원해서 가져진 게 아니거나가 나는 초점인 것 같거든.

○ 김상진 :아니, 어떤 성은 되게 자랑스러움을 가질 수도 있어. 예를 들면 나는 구씨야. 어느 구씨 가문의 구씨야.

○ 백현주 :그렇지. 그런데 그게 굉장히...

○ 김상진 :나는 케네디 가문의 케네디야.

○ 백현주 :굉장히 현저하게 작은 위치에 있는 거잖아.

○ 김상진 :응. 그런데 문제는 음... 그러니까 내가 가정해보고 싶은 건 그거야. 어떤, 그게 이름이든 성이든 나는 두 개 다 제약이라고 생각을 해. 왜냐하면 니 작업이 그걸 말하거든. 얘의 이름과 얘의 성이 바뀌어 있어.

○ 백현주 :왜냐하면 내가 작업에서 얘기했었던 거는 성 자체가 내가 생각하는 건 무슨 얘기인지 설명했으니까 알잖아.

○ 김상진 :응, 응.

○ 백현주 :너무나 구속적인 매체인 거야, 성 자체가. 하지만 이 성이 이름이 되는 경우가 있고 그 사람의 이름이 구속이 될 수가 있는 거야.

○ 김상진 :응.

○ 백현주 :그것 자체가 사회통념상에서 서로가 서로를 묶여지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없다라는 거를 보여주고자 하는 거였었거든.

○ 김상진 :응, 응.

○ 백현주 :이 사람이 얘기를 하고 있는 거는 저 사람의 얘기를 하는 거라는 말이야. 그런데 이 사람이, 예를 들어서 더글라스 제임스라는 작업을 했을 때도 더글라스가 “아, 내가 사실 스미스라는 성을 갖게 됐을 때는...” 되게 심각하게 막 얘기를 해. 그런데 제임스가 얘기를 할 때는 “아, 제임스... 제임스는 제임스지 뭐.” 이렇게 얘기를 해. 그런데 이 사람은 성으로, 이럴 수도 있지 뭐라는 걸 내가 성으로 가지고 있는 거야. 그런 위치가 달라질 때가 나는 너무 서로의 입장을 특이하게, 이상하게 만든다는 거지.

○ 김상진 :그거는 내가 생각나는 게 있다. 어렸을 때 나는 내 이름, 나도 내 이름이 너무 싫었다? 김상진이라는 게. 그러니까 이게 굉장히 촌스럽다는 생각을 했었어.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좀 더 다행이긴 한데 어렸을 때는, 나 어렸을 때 태권V라든가 뭐, 메칸더V 이런 게 많이 나올 때야. 그럼 주인공 이름이 보통 김철. 뭐, 김태풍, 막 이래.

○ 백현주 :오, 태풍 세다.

○ 김상진 :멋있는 거야 어렸을 때는.

○ 백현주 :그렇지.

○ 김상진 :(기침 소리) 미안.

○ 백현주 :아니, 아니야. 맥주를 꺼내야지. 어, 그래가지고?

○ 김상진 :그래가지고.

○ 백현주 :아, 갑자기 또 화가 났어.

○ 김상진 :김진휴... 그런데 그, 뭐야. 어쨌든 안 바꾼 게 다행이기는 해. 그러니까 그나마 김상진이 그거보다는 낫지 않나. 내가 지금 김철이면 어떡할 거야.

○ 백현주 :어머. 그럼 큰일 날 것 같아.

○ 김상진 :어, 그리고 친구도 없었을 거야. 그런데.

○ 백현주 :아니야, 난 오빠의 친구가 되어줄게.

○ 김상진 :돈 내야 되는 거 아니지?

○ 백현주 :하하하. 돈 내야 돼.

○ 김상진 :입금하고 막 이래야 되는 거 아니지? 그런데 뭐. 그... 그러니까. 그런데 문제는. 그러니까 약간 여기서는 어떤 차이가 있냐 하면 나는 조금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름이라는 것이 개체를 어떻게 기호화하는가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있고 너는 조금 더 미시적인 관점에서 우리가 성, 그러니까 내가 방금 얘기했잖아. 내가 그런데 갑자기 이름을 강철로 바꿀 생각은 안 했어. ‘김철’로 바꾸고 싶고 김태풍이고. 강철, 강태풍 이게 더 간지가 나기는 한데 성이라는 건 감히 바꿀 생각 자체를 못하는 거야.

○ 백현주 :응, 그렇지.

○ 김상진 :예를 들면 이게 다른 분류로 따지면 내가 백인인데. 아니, 내가 흑인인데 갑자기 내일부터 나는 백인 할 거야. 이렇게는 되지 않잖아. 그러니까 내가 성을 부모한테 물려받았다면 내가 부모한테 물려받은 유전자라는 게 있잖아? 그러니까 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황인종이었고 그 황인종이 내려와서 내려와서 내려와서 내려와서 내가 황인종이야. 분명히 그 사람도 김씨, 김씨, 김씨, 김씨, 김씨였을 수 있다고 생각해. 왜냐하면 중간에 할머니가 바람을 피우지 않았다면.

○ 백현주 :응.

○ 김상진 :뭐, 쌀집 아저씨 얘기도 있고 그러니까. 그건 모르는 거지.

○ 백현주 :응, 모르지. 아무도 몰라.

○ 김상진 :세상일은 모르는 거지. 그런데 어쨌든 뭐, 이런 거야. 그런데 내가 왜 자꾸값 이름. 그러니까 내가 봤을 때는 두 가지 다 어떤 면에서 이름이든 성이든 미시적인 관점에서 니가 말한 굉장히 대조적인 부분이 있다? 알아. 내가 김철로 이름을 바꾸고 싶었던 것처럼. 그런데 다른 부분에서 봤을 때 두 가지 다 내가 태어나자마자 주어졌던 제약이라는 거는 똑같아. 그러니까 성이든 이름이든.

○ 백현주 :주어졌던 제약 자체는.

○ 김상진 :제약이라는 거는 니가 말한 어떤 이것들이 나한테 막, 니가 김상진이라서 막, 이게 아니라 그렇게 되어짐으로써 이것들이 사회적인 관계 안에서 이 기호가 가질 수 있는 의미 관계의 범위 안에서 내가 해석되어지고 김씨니까 뭐. 그런데 우리는 그런 것들을 굉장히 다중적으로 갖고 있지. 김씨야, 어디 김씨야. 주민등록번호가 어디야. 자동차 넘버가 어디야. 주민등록 주소가 어디야. 이런 거부터.

○ 백현주 :그런데 그게 제약이라고까지 얘기를 할 수 있게 된다면 나는 이게 김씨야, 김철이야, 강철이야, 백철이야 막 이런 게 아니라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신체적인 요건에 대해서 나는 훨씬 더 생각을 하는 거지 솔직히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제약이라는 건 신체적인 걸 떠나서는 모두가 equal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했거든, 항상.

○ 김상진 :너, 그 개명신청 했던 작년인가 재작년에 기사가 났거든? 가장 개명신청 많이 한 이름 중에서 뭐가 있는 줄 알아?

○ 백현주 :뭐야?

○ 김상진 :백보지.

○ 백현주 :그런데...

○ 김상진 :아이, 물론 이건 너무 극단적인 얘기고.

○ 백현주 :어, 그건 너무 극단적이기도 하고.

○ 김상진 :그냥 웃자고 한 얘기인데.

○ 백현주 :어, 이건 바꿔야 되는 거잖아.

○ 김상진 :어, 어.

○ 백현주 :시대가 바뀌었으니까 사람들이 그 사람 이름을 다르게 생각할 수 있잖아.

○ 김상진 :내가, 어.

○ 백현주 :그런데 나는 그러니까 이름에 대한 특이성 그런 게 아니라 이름이 이 사람한테 주어졌을 때 이 사람이 스스로가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인다는 거야, 예를 들어서 이 사람이 신체적인 조건 뭐 그런 걸 다 떠나서 스미스라는 이름이 지어졌을 때 이 사람이 스미스가 되는 것처럼 영국에서나 아니면 이름에 있어서 그 사람이 제임스면 이 사람이 제임스가 되는 거인 거야. 이 사람이 더글라스면 더글라스가 되는 거고. 그런데 그거에 대한 직접적인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자기의 성을 이름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맞닥뜨리게 됐을 때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에 대한 얘기를 그냥 단순하게 하는 거인 거지.

○ 김상진 :그러면 너는 만약에 김백이라는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할 거야?

○ 백현주 :그런데 오빠, 이건 약간 좀 다른 것 같아. 왜냐하면,

○ 김상진 :다른 거?

○ 백현주 :어,

○ 김상진 :흔하지 않아서?

○ 백현주 :아니, 동양에서는 이름과 성이 같아지는 경우가 많이 없어. 그렇지 않아?

○ 김상진 :많이 없지.

○ 백현주 :그런데 외국은 특히나 미국에서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해방이 되고 난 다음에 김씨 성이 엄청 많았어, 봐. 이씨 성이 엄청 많았어. 그 이유 자체가 그 동네에 사는 양반이 이씨니까.

○ 김상진 :양반이 이씨면 노비들도 다 이씨고.

○ 백현주 :다 이씨가 되는 거잖아. 그런 식으로 영국에서 이민했었던 미국 사람들이 대부분 가졌던 게 자기의 이름이라고 지어졌었던 게, 아니면 주인이 제임스였대. 그러면 자기가 그냥 제임스가 되는 거야.

○ 김상진 :응.

○ 백현주 :그런 식으로 바뀌었었던 역사적인 차이가 좀 있는 거야. 그래서 이 사람들이, 서양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름과 성에 대한 기준은 바뀔 수도 있고 어떻게 될 수도 있고 조금 달라지는 길인 것 같아. 김백과 백김의 차이는 좀 다른 것 같아.

○ 김상진 :그런데 거기에 무슨 차이가 있냐고.

○ 백현주 :그거에 대한 역사성이 다르잖아.

○ 김상진 :그러니까 그게,

○ 백현주 :서양 사람들은 성이 직업이었잖아. 우리나라는 성이 직업이 아니잖아.

○ 김상진 :직업은 아니긴 한데. 그러니까 니가 여기서 아까 얘기한 조금은 미시적인 관점과 조금 더 거시적인 관점이거든? 알았어. 그러면 그 차이는 이해를 할게. 그 차이는 이해를 하고 있고 실제로. 그런데 나는 계속 너한테 얘기하는 건 이름 없는 사람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어. 그러니까 어쨌든 그냥 이렇게 얘기하면 뭐냐 하면 그래, 그게 서양 사람한테만 적용된 거든 그 사람들이 성이랑 이름이 바뀌었든 그게 직업이든 뭐든 이것들이 그 안에서 너는 어떤 되게. 그러니까 우리가 생각했을 때 가치의 충돌이라든가 그런 모순적인 관계들, 비합리적인 관계들이 어느 정도 발생하는 부분들을 너는 흥미 있게 보고 그 작업을 했다고 생각을 하거든. 그러니까, 그런데 나한테 있어서는 이름 붙여짐이라는 거 자체는 피할 수 없으면서 그 자체가 너무너무나도 모순적인 거야. 그러니까 비합리적인 거야. 그래서, 왜냐하면 이게 왜 비합리적인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려고 그러면 이 세상에 이름이 없는 무언가가 있다라는 걸 먼저 가정을 해봐야 돼.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이름을 갖고 있기 때문에.

○ 백현주 :응. 왜냐하면 사람들은 이름 붙이기를 좋아하니까.

○ 김상진 :그러니까 이름을 붙인다라는 게 내가 물어보고 싶었던 거는 그거는 윤리적인 것들과 어떠한 관계항을 맺고 있을 거야. 이름 붙이기와 윤리성이라는 것들은 어떠한 관계항 사이에 있을까?

○ 백현주 :나는 윤리성이라기보다도 이 사람들이, 사람들이 모든 것을 객관화시키고 싶어 한다는 게 조금 더 강했던 것 같아. 왜냐하면 이 글에서도 첫 번째에서 이야기를 했었던 게 무엇인가라는 주인공이 나오는데 그 무엇인가가 성이 ‘무’고 이름이 ‘엇인가’야.

○ 김상진 :응.

○ 백현주 :그런데 그것을 붙여주고 하고 싶은 게 사람들인 거야. 사람들이 이렇게 하고 싶어 하니까. 왜냐하면 이게 내가 봤을 때도 무엇인가야. 하지만 다른 사람이 봤을 때도 이게 무엇인가가 됐으면 좋기 때문에 이게 무엇인가가 되는 거인 거야.

○ 김상진 :욕망을 반영하나?

○ 백현주 :어. 그리고 이것 자체가 우리가 모든 사람들이 이게 무엇인가라고 부르는 거야라고 됐을 때 우리 사회통념이 되는 거야. 나는 그거에 대해서 얘기를 더 하고 싶었었던 거거든.

○ 김상진 :응, 그건 맞는 얘기야.

○ 백현주 :그게 정말 실질적으로 지금 항상 일어나고 사람들이 항상 좋아하는 일이잖아. 예를 들어서 뭐였지? 오지다, 지리다 막 이런 얘기를 할 때도 그게 사람들이 통념상에서 우리가 이해를 하고 이야기를 했을 때 가능하고 진짜, 진짜 장난 아니고 더럽게 웃기다, 막 이렇게 얘기를 하는 것 자체도 통념에서 무엇인가가 무엇인가가 스스로가 됐을 때의 이야기를 하는 거인 거잖아. 내 작업에서는 그런 것 같아. 이게 이름이라고 주어진 거나 아니면 이게 사회가 이 애를 불러줬을 때, 아니면 사회가 얘 스스로가 무엇인가가 되었을 때, 이 정도로 한 것 같아.

○ 김상진 :나는 이런 생각을 해봤다? 그러니까 내가, 그러니까 태어났는데 이름이 없어라는 거는 뭐냐 하면 아무도 날 모르는 거야. 그러니까 이름이 없다는 게 뭐냐 하면 그 이름은 사실은 예를 들면 어디까지 범위를 둬야 되냐 하면 누군가 나를 보고서 “쟤는 이름이 없는 애야.” 그러면 내 이름은 ‘이름이 없는 애’야.

○ 백현주 :응.

○ 김상진 :그런데 내가 말한 정말 이름이 없는 거는 아무도 몰라, 나를. 아무도 나한테 이름을 붙여준 적이 없어. 그런데 이거는 꼭 사람에 관한 얘기만은 아니야. 예를 들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이 전 세계의 물질 중에서 내가 봤을 때 9/10 정도는 뭐, 포름알데히드부터 해서.

○ 백현주 :없어.

○ 김상진 :그 모든 것들은 지금까지 살았던 인류, 인류의 역사를 몇 만 년으로 보고 그 안에 살았던 인구를 어떻게 봤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게 있다는 거 자체도 몰랐어.

○ 백현주 :응, 맞아. 그리고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아.

○ 김상진 :이름이 없으면 이름이 없기 때문에. 이름이 없다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 거야. 이게 내가 아까 얘기한 우리의 세계가, 이 형이상학의 세계, 언어라는 형이상학의 세계에 어떤 관계항을 맺고 살아가는가라는 부분이 이름이 없으면 그거는 그곳에 존재하지 않아.

○ 백현주 :그러면 거기에서 똑같은 맥락으로 봤을 때 잭이라는 이름이 유효한 거야?

○ 김상진 :잭?

○ 백현주 :응, 오빠가 그 작업의 이름을 잭이라고 불렀잖아. 그런데 잭이라는 거 자체가 우리가 생각했을 때 ‘잭은 콩나무가 있고 콩나무를 타는 아이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거잖아.

○ 김상진 :응, 응.

○ 백현주 :그것도 그 똑같은 비슷한 맥락에서의 이름인 거야?

○ 김상진 :그 잭이야. 그 잭이고 그 저울이 그 콩나무야. 그러니까 뭐냐 하면 가난한 잭이 어머니를 모시고 살다가 어느 날 콩을 심었는데 하늘 끝까지 뻗쳐 올라간 거야. 그래서 얘가 거기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보물들을 훔치러 올라가서 막 이렇게 거인이랑 나오잖아. 그런데 거기서 떨어져서 죽은 거인은 신이야. 인간이 신에게서 보물을 이양 받는 그 관계 안에 있었던 거 정도야. 에스키모는 눈을 네 가지로 불렀대.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뭐 이런 거야. 뭐라 그러더라? 고기를 잡을 때 눈을 뚫어도 될 만큼 단단한 눈, 집을 지어도 될 만큼 단단한 눈, 이거는 이렇게 해서 약한 눈, 저거는 올라가면 안 되는 눈. 이 눈에는 이름이 네 가지가 있었다는 거야.

○ 백현주 :이름에 대한 정의가 다르니까.

○ 김상진 :그러니까 사실은 이거는 우리가 지금 모두가 globalization과 communication이라는 영역을 가지고 있는 이 부분이. 그러니까 왜 그런 거 있잖아, 옛날 중국 황제 사전이라는. 얼마 전에 작가들 누가 했을 거야. 그런데 그게 사실은 ‘푸코’의 <말과 사물>이라는 책의 서문에 나오는 책이야. 그러니까 뭐, 황제에게 귀속될 수 있는 동물. 무슨 동물, 무슨 동물 막 이런 게 있어. 그 책이 지금 여기 어디 있긴 있을... 얻다 놨지? 얻다 놨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하여튼 뭐 있었다 치고. 너도 좀 찾아, <말과 사물> 그런데 아무튼. 그러니까 우리가 어차피 대하게 되는 이 외부 세계라는 건 계속 언어적으로 우리가 정의를 하는 거거든. 그런데 이 정의를 하는 이 관계 안에서 더 물리적이었든 시스템적이었든 문화적이었든 힘이 있는 시스템이 한쪽의 시스템을 잡아먹어.

○ 백현주 :응.

○ 김상진 :그리고 그건 소멸을 해. 그런데 소멸을 하는 과정 안에서 그것들이 완전한 소멸은 아니고 이것의 안에 영향을 주고받고는 할 수 있겠지? 그런데 이 관계가 지독하게 폭력적이었던 시대가 제국주의 시대인 거야. 그것들이 가지는 폭력성에 대해서 알고 있지만. 내가 제일 항상 얘기하는 건 뭐냐 하면 내가 태어났을 때 내가 정한 게 아무것도 없었어.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옳은 일과 나쁜 일은 정해져 있었고.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심지어 내 이름이 정해져 있었고. 엄마, 아빠가 저기 가서 사왔다는 말이야, 작명소 하는 데 가서.

○ 백현주 :그렇지.

○ 김상진 :이름도 있었고. 뭐도 있었고. 그러니까 그거나, 작명소에서 사오나 뭐, 돌림자가 정해져 있으나 부모님이 정해주나. 그런데 우리는 그 안에서, 상황 안에서의 어떤 불가피성이라는 게 있잖아?

○ 백현주 :이게 내가 정한 게 아니야, 내가 이름을 정한 게 아니야. 그리고 내가 정해서 이런 환경에 살려고 한 게 아니야.

○ 김상진 :응, 응.

○ 백현주 :만약에 그런 환경에 살려고 했었으면 다른 환경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은데 이 사람이 혼자 죽기까지가 내가 이 환경을 정한 게 아니라는 말이야. 그런데 사회통념에 의해서 사회가 지정해준 대로 자기가 살다 보니까 자기가 그냥 이렇게 죽게 된 거야.

○ 김상진 :응, 그렇지.

○ 백현주 :그런 얘기들을 하는 게 나는 이름 작업이나 이 작업에서 계속 얘기를 하고 있는 거거든. 사실,

○ 김상진 :그래서 내가 그걸 물어본 거야. 뭐냐 하면 나는 그 작업 안에서 니 작업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이게 잘못된 거고 이게 맞는 거고 그런 게 아니야. 너는 그 상황의 어떤 가장 우리가 이런데 이거를 잘했다고도 할 수 없고 잘못했다고도 할 수 없는데 살다가 죽어야 되는 처연함에 대해서 무덤덤하게 얘기를 하는 부분이 내가 되게 좋아하는 부분이야, 니 작업 안에서. 그런데, 그래서 물어보고 싶었던 거야. 니가 백현주로 사는 건 어떤 느낌이니? 그다음에 그렇게 이름 붙여지는 것들이 윤리성과, 윤리성이라는 거는 굉장히 거짓말의 가면 같은 거야. 그러니까 옛날에는 이런 거야. 저, 뭐지? 어. 바이킹이나 그런 게르만족 풍습 중에 이런 게 있었대, 자기가 전투에 나가서 누구를 죽이면 그 사람의 목을 잘라갖고 와서 술을 담갔다나? 그러고서 손님이 오면 그걸 자랑스럽게 보여줬다는 거야. 지금은 우리는 그걸 사이코패스라고 그래. 그러니까 옛날에는 나가면 수천 명, 수만 명이 서로 칼로 찌르고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베고 죽이고 이랬어.

○ 백현주 :그렇지.

○ 김상진 :그런데 그 당시에는 외상후증후군이라는 얘기가 없어.

○ 백현주 :당연하지.

○ 김상진 :그런데 요새는 전쟁에 나가서 보이지도 않는 멀리서 서로 총을 막 주고받고 뭐하고 뭐하고도 오면 외상후증후군으로 평생을 막 불구처럼 살아가. 그거는 그 사람이 굉장히 절대적인 윤리적 가치 기준에서 데미지를 받을 만한, 어떤 절대적 가치에서 받는 뭔가가 아니라 이 사람이 그 상황을 겪고 돌아왔을 때 이 사회의 윤리적인 관점이 이 사람을 살인자로 보고 murderer로 보고 그렇게 보기 때문에 이 사람이 그 기준 하에서 자기 자신한테 주는 멍에가 되는 거야.

○ 백현주 :그러니까 시스템이 그렇게 무서운 거야. 시스템 자체가 이 사람이 “아, 너 너무 아팠지?”, “너무 힘든 시간을 지냈지?”라고 계속 얘기를 하고 있는 건 거야. 사실 이 똑같은 시추에이션을 봤을 때 그대로 넘어가. 그 바이킹 시대로 넘어가. 그거는 자기한테 되게 자랑스러운 거고 자기가 정말 잘한 일인데 자기가 정말 떵떵거리고 살 수 있는 시기의 일인데도 불구하고 그게 똑같이 현대로 넘어왔을 때 “니가 그렇게 힘들었지?”, “그게 우리가 상상했을 때 너무 아픈 일인 것 같아”라는 얘기를 계속 심어주고 있는 건 거야.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람은 ‘아, 그게 너무 힘든 일이구나’ 하고 스스로를 자학하고 이런 것들이 계속 반복되면서. 그러니까 사회적인 통념이라는 거 자체가 오빠나 내 작업에 의해서 되게 중요한 관점이라고 생각되면서도 또한 되게 다른 식으로 풀어나가고 있는 그 중추에 있는 작업의 테마인 것 같은 건 거야. 카메라 작업도 그렇고 프린팅 작업도 그렇고 잭 작업도 그렇고. 이게 한 단말적인 입장에서 봤을 때는 ‘아, 이게 이런 식으로 풀어지는 거구나’ 하지만 내 작업을 보면서 ‘아, 이 사람이랑 왜 이 사람이 같이 2인전을 할까?’라는 걸 풀어봤을 때 이 사람이 얘기할 때, 어떻게 보면 내가 좀 더 평면적인 작업을 하는 사람인 것 같거든, 오빠에 비해서. 그래서 평면적으로 사람들한테 “이게 이렇게 진행이 되는 거예요.”라고 주입을 할 수 있는 이야기, 내러티브가 있는 작업인 것 같다는 생각을 나는 했었어. 왜냐하면 오빠 작업은 굉장히 간단하게 사람들한테 되게 학술적으로 다가가는 작업이라고 생각을 많이 했었거든.

○ 김상진 :되게 보편적 구조를 가지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너는 그 안에서. 그러니까 굉장히 매력이 있는 거지, 어떤. 내가 되게 좋았던, 너 ‘아라리오’에서 했던 그 노래 배우는 작업 있잖아? 그게 우리가 주어진 것들을 어떻게 학습하는가에 관한 것들을 너무너무 재미있게 얘기를 한 거야. 내가 하면 그렇게 재미있게 안 나오거든, 절대로. 내 건 굉장히 딱딱하고 굉장히 뭐랄까? 하여튼 굉장히 다른 미감이 있어. 그런데 웃기는 거는.

○ 백현주 :그 기분인 것 같아, 그게 같이 하는 게 너무 같아서.

○ 김상진 :굉장히 얘기하는 지점이 굉장히 비슷하잖아. 그래서 나는 약간 너의 작업들을 조금 더 미시적이고 디테일하다고 얘기를 하고 내 거는 조금 더 추상적이고 조금 더 거시적인 그런 시점, 그러니까 시점이 여기를 보고 있는데 약간 이렇게 돼 있는 거야.

○ 백현주 :왜냐하면 내가 똑같이 생각을 하거든, 내가 오빠 작업을 봤을 때 내가 ‘내 작업이 너무 친절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오빠 작업을 봤을 때 이 작업들이 되게 미시적이고 감각적으로 되게 사람들한테 잘 표현이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는 반면에 오빠가 반대로 내 작업을 그렇게 생각하는 게 되게 특이한 것 같아.

○ 김상진 :아, 그런가?

○ 백현주 :응.

○ 김상진 :나는 반대,

○ 백현주 :어, 내가 반대로 생각하는 거야.

○ 김상진 :아니야, 되게. 뭐랄까? 니 작업은 왜냐하면 실제적 상황. 그러니까 왜냐하면 그 내러티브가 되게 강해. 나는 모든 거를 굉장히 추상화시켜서 작업 안에서 작동을 시키는데 너는 실제 현장의 얘기들을 끌고 와서 얘기를 해버린다는 말이야. 굉장히 강한 내러티브가 있어. 내가 그랬잖아, 니가 고독사 수거품 갖고 온 날 “야, 내건 세지도 않은 같아, 쨉도 안 되는 것 같아.” 이랬잖아. 그런데 어쨌든 그런 식의 서로 얘기를 푸는 방식들이 있어. 굉장히 다른 방식이 있는데 그래서 어쨌든 세진 누나가 빵구를 내서 내가 들어가게 됐고 어쨌든 일정상으로 나는 고생은 좀 했어. 그런데 그 과정이 굉장히 내가 어느 부분에서 보상받는다고 생각하고 되게 즐겁다고 생각했던 거는 내가 관심 있고 내가 관심 있게 바라보고 내가 알고자 하는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비슷한 방향성을 가지고 가면서 굉장히 다른 방법론으로 접근하는 작가를 만났을 때 굉장히 흥미로운 거야, 이게. 관계가. 지금 나는 재미있고 기대가 되고. 내 프린터가 작동이 잘 안 되는 것만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