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Dec ― 17 Dec 2017

글: 강정호
디자인: Tomic Lee
후원: 서울문화재단

Jaehee Jung: Unsmart Objects

Text: Jungho Kang
Design: Tomic Lee
Supported by SFAC

본문


‘Unsmart’의 의미
글_강정호

     


정재희의 《Unsmart Objects》는 우리가 ‘스마트하다’고 규정을 내린 사물들의 생경한 이면을 드러내는 전시이다. 어둠 속에 무작위로 점멸하는 조명, 벽면에서 불현듯 울리는 벨 소리, 스크린 화면에 남아 있는 누군가의 지문. 전시장 구석에 놓여 있는 암호와 같은 숫자, 등, 이 전시가 관객에게 제시하는 것은 가시적인 대상이 아니라, 비가시적인 존재로부터 송신(送信)되는 신호이다. 전시장에 들어선 관객은 자신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또렷이 인식하지 못한 채 불현듯 나타나는 시각적, 청각적 신호에 자극을 받게 된다. 관객은 자신에게 전달되는 빛과 소리가 전시장에 설치된 카메라와 휴대폰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미세한 시차를 두고 인지하게 된다. 그 제품(製品)들은 빛과 소리로 관객을 자극할 때에만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내었다가 이내 어둠 속으로 가라앉는다.

 

보이지 않는 사물에 의해 ‘감각을 당하는’ 이런 상황에서 관객이 느끼는 감정은 아마도 낯섦과 불편함일 것이다. 전시장의 어둠은 대상의 식별을 어렵게 하고, 규칙 없이 점멸하는 카메라의 조명은 시선의 지속성을 깨뜨린다. 이처럼 ‘보는 주체’로서의 지위가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관객은 눈을 가린 포로처럼 무력해져서 모습을 숨긴 존재들이 발산하는 소리에 노출된다. 그것은 차분히 귀를 기울이면, 휴대폰 벨 소리, 카메라 셔터 소리와 같이 익숙한 소리에 불과하지만, 빛에 의해 관객의 주의가 단속적으로 깨뜨려지는 공간 속에 그 소리는 처음 듣는 듯 생경하게 울린다. 전시장 중앙에 군집해 있는 카메라들은 시선 높이에서 빛을 터트린다. 광원(光源) 아래 스산하게 나타나는 삼각대의 중첩된 축대는 예측할 수 없는 빛의 점멸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무엇이 된다. 카메라들은 관객과 비슷한 신장과 체적을 지닌 어떤 존재로서 관객을 바라본다. 그들은 ‘보는 주체’로서 이 공간의 가시성을 관장한다.

 

‘언캐니(uncanny)’라는 단어가 자연스레 떠오르는 두서없는 상황에서 관객의 발길은 ‘보는 행위’가 안정적으로 허용되는 두 지점으로 기울게 된다. 그 가운데 하나는 광고판이 밝혀진 벽면이고, 다른 하나는 조명을 받은 악보대가 놓여 있는 구석이다. 관객이 광고판에서 보게 되는 것은 휴대폰의 스크린의 평범한 이미지이다. 광고판 자체도 휴대폰 대리점에서 흔히 접하는 박스 형식이라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러나 이 광고판은 표면에 침투한 이질적인 요소 때문에 일반적인 광고판에서 비켜나게 된다. 그 요소는 처음에는 희뿌옇게 돋아난 얼룩처럼 느껴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지럽게 겹쳐 있는 손자국이고 지문이다.

 

마치 전시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사건의 배후에 있는 존재를 밝히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그 광고판은 기묘하게도 CF나 광고사진을 통해 항시 접해 왔던 휴대폰의 ‘스마트한’ 이미지와 ‘지금 여기’에서 주머니 속에 넣고 만지작거리고 있는 실재 휴대폰의 얼룩진 이미지를 비교하게 만든다. 아마도 이 시점에서 민감한 몇몇 관객은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서 유심히 들여다볼 것이다. 이때 그 관객은 광고판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휴대폰이 일반적인 휴대폰에서 미묘하게 비켜나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여기서 휴대폰에게 부여되어 있는 ‘스마트하다’는 규정은 자연스럽게 철회된다. 하지만 이 사물의 ‘스마트하지 않음’이 어떤 의미로 나아가는지는 아직 파악할 수 없다.

 

관객은 이제 자신의 수중에 낯설게 나타난 ‘스마트 하지 않은 사물(Unsmart Object)’을 들고 악보대로 향한다. 전시장의 분위기와 마찬가지로 비밀스러운 모습의 악보대 위엔 일련의 숫자기 인쇄된 종이가 놓여 있다. ‘010’으로 시작되는 그 숫자들은 당연하게 휴대폰 번호로 인식되지만, 이 상황에서는 그저 낯설다. 관객은 자신이 손에 쥐고 있는 사물도, 악보대 위에 나타난 숫자도 무엇인지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른다. 이 사물은 스마트 폰 같지만 스마트 폰이 아니고, 이 숫자는 전화번호 같지만 전화번호가 아니다. 이 장소에서도 관객은 ‘아니다’라는 부정(否定)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 그러한 부정이 어떠한 새로운 규정으로 나아가는지 알지 못한다.

 

관객은 다시금 조성되는 생경한 상황에서 ‘그’ 사물에 ‘그’ 숫자를 기입하게 된다. 그리고 전시장의 한 지점에 희미한 불빛과 함께 불현듯 울리는 수신음을 듣는다. 관객은 받을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귀에 대지도 못하는 그 사물을 어정쩡하게 든 채로, 자신의 발신한 소리에 자극을 받게 되는 또 다른 관객의 모습을 어둠 속에서 관찰하게 된다. 이러한 순간 그 사람은 전시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사건에 자신도 모르게 참여한다. 그는 ‘스마트하다’는 일방적인 규정 아래 자신의 쓸모에 종속된 객체로서 대했던 사물들이 모종의 주체성을 획득하여 ‘스마트하다’라는 규정을 철회하게 만드는 상황을 목격한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그러한 사물의 편에 속하게 된다. 전시장 곳곳에 놓여 있는 카메라와 휴대폰은 제 고유의 기능을 수행하지만, 그 기능의 지향은 인간의 쓸모와 무관하다. 그런 까닭에 이 전시장의 카메라와 휴대폰은 제 나름의 단독적인(singular) ‘있음’을 획득한다. 이러한 ‘있음’은 일방적으로 규정하고 취소할 수 있는 무엇이 아니다.

 

언캐니한 상황이 반복되는 이 전시에서 관객이 최종적으로 도달하게 되는 지점은 어쩌면 사물의 ‘있음’과 사람의 ‘있음’ 사이에 이루어지는 평온한 공명일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공명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 전시에 준비되어 있는 낯섦의 신호가 관객이 지니고 있는 통념의 약한 고리를 끊어야 한다. 정재희의 《Unsmart Objects》는 그러한 평온한 공명의 가능성을 진지하게 시험하고 있다.

   

Present, DSLR 카메라, 삼각대, 아두이노, 185 x 150 x 150 cm, 2017<br />Present, DSLR Cameras, Tripods, Arduino Boards, 185 x 150 x 150 cm, 2017

Present, DSLR 카메라, 삼각대, 아두이노, 185 x 150 x 150 cm, 2017
Present, DSLR Cameras, Tripods, Arduino Boards, 185 x 150 x 150 cm, 2017

누군가의 쿠키, 2017, 지문 채취용 분말을 묻힌 스마트폰을 스캔한 이미지, LED 라이트 패널,  87 x 62 x 4 cm<br />Someone's Cookies, 2017, Scanned Image of a Smartphone Dusted with Fingerprint Powder, LED Light Panel, 87 x 62 x 4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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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smart Phone Orchestra, 2016, 스마트폰, 전화번호가 적힌 악보, 보면대, 보면대 조명, 가변크기<br />Unsmart Phone Orchestra, 2016, Smartphones, sheet music written as phone numbers, music stand, music stand light, dimensions vari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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