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가: 김민희 / Kim minhee
장르: 평면 / Painting
전시기간: 2020. 1. 9 - 2. 2
관람시간: 화 - 일 12:00 ~ 6:00pm / 월, 공휴일 휴관
기획: 이현
포스터 디자인: 요주
공간 디자인: 최조훈
후원: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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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3회 작성일 20-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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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없는 여귀들

_이현아트인컬처» 에디터

 

 

 

해를 넘긴 초입, 새빨간 비키니 차림의 귀신이 싱그러운 미소로 우리에게하이?” 인사를 건넨다. 김민희의 고스트 비키니 만나러 고개 넘고 땅굴 전시공간으로 들어온 당신을 향해, 안녕(安寧)하지 못한 존재인 귀신들이 밝은 얼굴로 손을 흔들며 멀어져간다. 해를 넘겨 왔다면 1 1 일출을 고대하며새해에는…’으로 운을 떼는 소원도 번쯤 빌어 봤다는 . 해는 매일 떠오르지만, 1 1일의 해는 어쩐지 2일이나 3일의 해보다 소원성취를 도와주는 용한 복신으로 느껴진다. 보름달에 소원을 비는 행위도 유사한 맥락이다. 지구와 382,500km 떨어진 우주에서 달은 구형의 몸체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구를 공전하며 삭망월을 주기로 차고 기울어질 때마다 다른 위상과 이름을 갖고, 그중 만월은 만다라로서 신성한 종교적 제의적 상징을 부여받기도 한다. 해와 달이 자연에서 실재하는 상태보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이미지가 기원이라는 실제의 행동을 끌어낸다. 우리는 보이는 믿는다

 

당신은 고스트 비키니 여성들이 귀신이라는 데에 조금은 아리송하다. 귀신을 표상하는 익숙한 장식이나 배경을 도무지 발견할 수도 없다. 월하의 공동묘지가 아니라 야자나무 늘어선 아열대 휴양지가, 지하까지 파고드는 음산한 우물이 아니라 평온한 바닷가가, 묻은 하얀 소복 대신 몸에 맞는 비키니를 입은 귀신의 출몰지다. ‘나랑 아무렇지 않게 대화하고 사라진 여자, 알고 보니 귀신이었대(!)’ 정도의, 대중매체 단골 반전 효과를 기대한 것일까? 하지만 그림은 말이 없다. 반전이 작동하는 조건인 서사가 없으니, 우리 앞에 나타난 소녀들이 트로피컬 무드를 즐기는 관광객인지 슬픔과 한을 동반한 원혼인지 헷갈리기만 하다.

 

귀신은 속에 산다. 문학이 되고 그림이 되고 영상이 되기 훨씬 이전부터, 항간에 퍼진 야담과 유언비어의 모습으로 귀신은 우리를 만나러 온다. 동시에 귀신은 언어가 끝나는 곳에서 태어난다. 당대의 사고로 이해할 없는 현상을 단정하려 타자들은 손쉽게 귀신이 되고, 퇴치해야 마땅한 대상으로서 지배 계층의 안녕을 위한 제물로 바쳐진다. 하지만 귀신들이 품은 원한의 종류와 크게 상관없이 대부분의 귀신 이미지는 고만고만한 특징으로 한정되는 경향이 있다. 당장 ‘(한국)귀신 구글링해 보더라도 날씨와 계절에 따르지 않는 단벌 소복, 곧고 치렁치렁한 머리카락, 종종 플러스알파로 , , 날카로운 손톱, 구미호 꼬리 등을 변칙 없이 장착하고 있다. 귀신 세계엔 유행도 없는지, 한결같은 귀신의 외형에서 주목해 봐야 사실은 이들 열에 아홉이 여성상이라는 것이다.